
릴리와 에바는 완벽히 똑같았다. 너무도 똑같이 생겨서 구별하기 위해 손톱에 각기 다른 색깔의 매니큐어를 발라주어야 했다. 유아기에 들어섰을때도 둘의 얼굴에 다른 점이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성격면에서는 낮과 밤만큼이나 달랐다. 릴리는 누구에게나 잘 안기는 온순한 아이인 반면에 에바는 항상 시끄러웠고, 모르는 사람 품에는 절대 안기려 들지 않았다. 나는 쌍둥이를 애지중지했고, 개럿은 그 둘을 잘 참아주었으며 부모님은-예상한 바 였지만- 나와 개럿에게 그랬듯이 쌍둥이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다. 나는 쌍둥이를 사랑했고, 애정결핍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히 보살피려 노력했다. 우리가 자라는 만큼 릴리와 에바도 성격형성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릴리는 여전히 낯선 사람앞에서 수줍음을 타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일단 친해지면 즐겁..

고교 1년 여름방학 때 같은 반인 K와T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유령 저택을 탐험할 계획을 세웠어 집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와서 개학하면 친구들에게 자랑 할 심산이었어 밤도 깊어졌을 무렵, 손전등과 카메라 그리고 여러가지 도구로 배낭을 채워서는 집을 빠져나와 집합 장소인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어 집합 장소로부터 유령 저택에는 20분 정도 걸려서 도착했어 마을 변두리에 덩그러니 서있는 하얀 집 정원이 넓은 탓인지 밤에 흰 색이 더욱 빛나보이는 탓인지 그것은 마치 마을과는 동떨어진..다른 세계처럼 느껴졌어 자전거를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두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집 주위를 탐색했어 문은 잠겨 있었고 1층의 모든 창문엔 빈틈없이 판자로 가려져 있었어 2층 창문엔 판자는 없었지만 안쪽에서 신문..

브렛은 그런 선례를 만들고 싶지 않아했었어. 근데 문제는 내가 청구서를 낼 형편이 안 된다는 거야. 그래, 물론 이게 무슨 10만불짜리 심장마비 청구서는 아니지. 하지만 검사비 175불은 내 주급의 거의 반이라고. 알아, 나도 내가 자가격리 해야되는거. 하지만 모아둔 돈이 없다고. 밖에 나가서 돈을 벌지 않으면 월세를 낼 수가 없단 말이야. 너도 알겠지, 내가 뭘 해야 하는진.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진, 확신이 안 서. 난 시간을 확인하곤 감기약을 들이켰어. 교대 근무 시작전까지 45분. 슬슬 움직여야겠네. 난 의료용 마스크를 썼어, 그리고 자가격리를 그만 뒀지. 버스에 올라타자, 입에서 병균이 마치 짙은 녹색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어. 내 오염된 숨결은 악의에 찬 작은 병균들을 싣어 날랐지...

모두가 자러 텐트로 돌아간 뒤에도 나는 모닥불 옆에 남아 아까 받아온 샘물을 끓여 차를 마실 생각이었어. 작은 코펠을 커피잔 삼아 차를 끓여 마시니 엄청 맛있더라. 모닥불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 걸터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데 옆에 누군가가 앉아서 내게 말을 걸어왔어.(어두워서 얼굴은 잘 안보였어.) 「뭐 하는 거니?」 나는 들은 기억이 없는 목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졸업생 선배인가 싶어 「아, 차 한잔 마시고 있어요.」라고 대답했지. 그러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맛있어?」라고 물어 오더라. 내가 「그럼요, 한잔 드릴까요?」하고 물었더니 ‘응’ 하길래 다른 (작은) 코펠에 차를 끓여 와서 ‘여기요’하고는 그 사람에게 건넸어. 그 사람은 한모금 마시더니 「음, 맛있네.」라고 하길래 「그렇죠? 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