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는 어머니의 시점(시각)에서 이야기를 진행 하고자 합니다.= 그 일이 일어났던 날.. 나는 방에서 동생을 돌보고 있었고, 엄마는 저녁을 하시고 계셨는데 대문 밖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숙아~ 숙아~" 목소리는 속삭이는 것 같았고, 바람결에 잘못 들은 것 같기도 하여 그냥 있었는데... 이번에는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숙아!! 숙아!!" 약간은 날이 선듯한 목소리에 친구가 밖에 와있나 보다 생각하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몇 시간 전까지 같이 놀던 동네 친구가 무슨 일로 찾을까 생각하며 문을 열고 나가 고무신을 신고, 눈을 들어 대문을 바라 봤는데 헛바람을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대문의 높이는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니지만 대문이 허리춤에 오는 걸로 봐..
은임은 이제 그 그릇과 술 주전자를 들고 장독대로 향했습니다. 키보다도 더 높은 큰 독에 발판을 놓고, 옆 장독대에 잠깐 은탕기를 올려놓고… 이제 술주전자에 술을 듬뿍 떠서 내리는 순간, 등에 업고 있던 동생이 그만 은탕기를 툭 쳐서 그 큰 술독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은임도 그만 깜박하고 그냥 술 주전자만 들고 앞 마당의 잔치판으로 들고 가버렸구요. 잔치가 끝나고, 화기애애하게 뒷정리나 지어야 할 오 진사 댁에서는 무서운 문초가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확실히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는 종 십 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임시로 마련된 형틀에 묶여 주리를 틀리고 있었습니다. "끄으으으으으으윽! 아니어요! 절대 아니어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다리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 종들은 절대 자신이..
릴리와 에바는 완벽히 똑같았다. 너무도 똑같이 생겨서 구별하기 위해 손톱에 각기 다른 색깔의 매니큐어를 발라주어야 했다. 유아기에 들어섰을때도 둘의 얼굴에 다른 점이라곤 하나도 없었지만 성격면에서는 낮과 밤만큼이나 달랐다. 릴리는 누구에게나 잘 안기는 온순한 아이인 반면에 에바는 항상 시끄러웠고, 모르는 사람 품에는 절대 안기려 들지 않았다. 나는 쌍둥이를 애지중지했고, 개럿은 그 둘을 잘 참아주었으며 부모님은-예상한 바 였지만- 나와 개럿에게 그랬듯이 쌍둥이에게도 정을 주지 않았다. 나는 쌍둥이를 사랑했고, 애정결핍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히 보살피려 노력했다. 우리가 자라는 만큼 릴리와 에바도 성격형성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릴리는 여전히 낯선 사람앞에서 수줍음을 타는 조용한 아이였지만 일단 친해지면 즐겁..
고교 1년 여름방학 때 같은 반인 K와T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유령 저택을 탐험할 계획을 세웠어 집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와서 개학하면 친구들에게 자랑 할 심산이었어 밤도 깊어졌을 무렵, 손전등과 카메라 그리고 여러가지 도구로 배낭을 채워서는 집을 빠져나와 집합 장소인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어 집합 장소로부터 유령 저택에는 20분 정도 걸려서 도착했어 마을 변두리에 덩그러니 서있는 하얀 집 정원이 넓은 탓인지 밤에 흰 색이 더욱 빛나보이는 탓인지 그것은 마치 마을과는 동떨어진..다른 세계처럼 느껴졌어 자전거를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두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집 주위를 탐색했어 문은 잠겨 있었고 1층의 모든 창문엔 빈틈없이 판자로 가려져 있었어 2층 창문엔 판자는 없었지만 안쪽에서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