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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렛은 그런 선례를 만들고 싶지 않아했었어.
    근데 문제는 내가 청구서를 낼 형편이 안 된다는 거야.
    그래, 물론 이게 무슨 10만불짜리 심장마비 청구서는 아니지.
    하지만 검사비 175불은 내 주급의 거의 반이라고.
    알아, 나도 내가 자가격리 해야되는거.
    하지만 모아둔 돈이 없다고.
    밖에 나가서 돈을 벌지 않으면 월세를 낼 수가 없단 말이야.
    너도 알겠지, 내가 뭘 해야 하는진.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진, 확신이 안 서.

     

     


    난 시간을 확인하곤 감기약을 들이켰어.
    ​교대 근무 시작전까지 45분.
    ​슬슬 움직여야겠네.
    난 의료용 마스크를 썼어,
    그리고 자가격리를 그만 뒀지.

    버스에 올라타자, 입에서 병균이 마치 짙은 녹색 안개처럼 뿜어져 나왔어.
    내 오염된 숨결은 악의에 찬 작은 병균들을 싣어 날랐지.
    한 아이가 나를 올려다 보았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포식자들이 그 아이의 피부를 가로지르며, 눈으로 입으로 돌진했어.
    곧 그 아이한테서도 녹색 안개가 새어나오겠지.
    난 그 아이가 아파하고 죽어가는 모습을 상상했어.
    그 아이의 죽음의 호흡이 감염시킬 다른 모든 사람들을 상상했어.
    아이는 나에게 미소지어 보였어.
    웃을 수 있을때 잔뜩 웃으렴, 꼬마야.
    감염이 시작되기 전에 실컷 웃어두라고.

    버스에서 내리자, 수천가지의 자잘한 자살행위들이 보였어.
    벤치에 있던 한 남자는 자기 손에 묻은 케찹을 핥으며 병균을 질질 흘리고 있었어.
    어린 소년도 식수대를 입에 대고 마시면서 병균을 흘리고 있었고.

     

     


    한 여자는 남편에게 입을 맞추며 마치 어미새처럼 남편의 입속으로 병균을 되새기고 있었어.
    안개같은 역병이 지면을 감쌌어. 숨 쉬기엔 딱 적합하지.
    난 기침을 내뱉었고 주변 사람들은 뒷걸음질 쳤어.
    내가 보는 광경을 사람들이 볼 수 있다면, 눈물을 흘리며 뒤집어질텐데 말야.

    출근하자마자, 브렛은 나한테 소리를 지르며 마스크를 벗으라고 했어.
    브렛은 마치 독가스 방사기마냥 입에서 병균을 내뿜으면서 지적했어.
    내 마스크가 손님들한테 겁을 주고 있다고 말이야.
    난 벗지 않겠다고 얘기했지만, 브렛은 계속 물고 늘어지더라고.

    "그냥 손만 씻어. 괜찮으니까."
    브렛이 말했어.

    난 손을 씻었고, 두 손은 내 숨결이 닿고 또 다시 더렵혀 졌어.
    준비가 끝나고 교대를 시작하기 즈음엔 건물은 마치 연기로 가득 찬 흡연실마냥 병균이 뒤덮여있었어.
    그래, 떠날 생각도 했어.
    도망칠 생각도 했다고.
    그렇지만 난 그러지 않았어.
    대신 난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다음 희생자를 맞이했어.

    "버거킹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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