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어, 눈이 내릴락 말락 하는 시기였다. 아직 눈이 쌓여있을 때는 아니라 도로는 말끔했다. 하지만 폭포에 가까워짐에 따라 눈은 점차 두께를 더해, 폭포에 도착할 무렵쯤 되니 바퀴자국이 남은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쌓여 있었다. 시간은 밤 12시를 지나고 있었다. 한여름을 넘긴 탓인지, 우리말고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에는 다른 차도 없고, 쌓여있는 눈은 하얀 도화지처럼 자국 하나 없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 우리도 시간이 썩어나는구만.] 친구들과 별 내용도 없는 대화를 나눈다. [여긴 벌써 눈이 왔네.] [뭐, 북쪽 지방이니까 그런 거겠지?] [낮에는 화창했었잖아.] [아까 눈보라라도 친 거 아닐까?] 추측뿐인 대화를 나누며, 주차장을 지나 그대로 심령 스폿인 폭포까지 내려..
특별히 무서운 느낌이 아니고 오히려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처음부터 딸은 그 그림을 무서워했다. 그리곤 가끔 이렇게 칭얼대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림을 살펴보곤 했지만, 당연히 그림은 움직이지 않았다. 남편이 해외에 오랫동안 출장을 나가 있어 딸애가 외로워서인 것인지 아니면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인지 걱정도 되지만 그 외엔 특별한 이상행동이 없어, 그냥 환경이 바뀐 탓에 잠깐 그런가려니 하고 이해를 해버렸다. 오늘은 오랜만에 남편이 돌아오는 날이다. 이사하고 제대로 된 정리도 하지 못한 상태여서 오늘은 큰맘 먹고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청소할 동안 딸을 놀이터에서 놀도록 데려다주고 청소를 시작했다. 어린아이를 혼자 두기 불안해서 마침 놀이터에 나와 있던 옆집 총각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
그 곳에 가서 일주일치 먹을만한 양의 약수를 떠오곤 했었습니다. 아마도 광주에서 장성을 경유하는, 산을 따라 굽이굽이 도는 국도의 한 능선이었을 겁니다. 그 곳에 좋은 약수터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아버지는,어머니와 형, 그리고 저를 데리고 장성으로 향합니다. 94년식 프라이드 베타를 타고 떠나는 드라이브는 당시 저에게 크나큰 즐거움이었기 때문에, 마냥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식사를 하고,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보니 시간은 금방 가버리고.. 지지않을 것처럼 이글거리던 태양이 어느새 산등성이에 걸칠무렵 약수를 뜨러 출발을 하였습니다. 문제의 약수터는 산을 따라 도는 왕복 2차선의 국도변에 있었고, 때문에 해당 약수터를 찾느라 약간의 시간을 지체한 상태였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약수터는산 능선과 ..
그 친구는 예전부터 어디 1박2일로 한번 놀다오자고 매일 같이 노래를 부르던 친구 였는데 서로 일 때문에 시간이 안맞아서 계속 미루다가 그날 정말 맘 딱! 먹고 가기로 했지 친구가 자기가 모두 준비해 놓을테니 나보곤 그냥 라면이랑 술이랑 고기만 조금 사고 차만 가지고 오라는거야 여행가기로 한 당일 아침 일찍 장보고 친구집앞으로 갔어 친구가 정말 이것저것 잔뜩 준비했더라고 낚시대부터 불판 가스버너 2인용 텐트랑 의자 침낭 핫팩 등등 내 차가 해치백이라 겨우 쑤셔넣고 목적지로 향했어 대충 말하자면 홍성 예산쪽에 있는 작은 댐이었는데 주변은 나무들로 가득했고 댐 특유의 물비린내가 잠깐 맡아지긴 했지만 금새 흙냄새와 풀냄새에 덮여버렸지 뭐 여기는 수심이 낮은 부분이 조금 있어서 여름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도 가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