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돌아보는 게 귀찮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규정이니, 그 날도 재빨리 돌아볼 생각이었습니다. 비상계단을 점검하는데, 계단과 계단 사이 층계참에 웬 아이가 등을 보인 채 서 있었습니다. 세 살 정도 되어보이는 야윈 아이가, 환자복을 입고 링겔대를 옆에 세운 채 가만히 있는 것이었습니다. 링겔대에는 링겔 봉투가 매달려 있고, 시린지 펌프도 달려 있었습니다. 어느 병원이던 그렇겠지만, 그 비상계단은 워낙에 인적이 뜸한 곳이라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아이는 창문 하나 없는 벽을 보고 그저 서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때는 별달리 무섭다는 생각도 없었고, 곧 소등시간인데 여기서 뭐하는 걸까 하는 정도 뿐이었습니다. 나는 계단 위에서 아이를 향해 말을 걸었습니다. [뭐하고 있니? 이제 ..
평범한 사람들이 보면 마굴이라고 부를 수준이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회사 동료나 평범한 친구는 몇 있다. 그래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집에 들어오는 순간 혐오감을 느끼지 않게 대비를 해 뒀다. 물론 오타쿠라는 흔적을 완전히 없애는 건 당연히 무리다. 그래서 대충 소년 만화 캐릭터의 피규어나, 로봇 피규어, 프라모델 같은 것만 겉에 내놓는다. 남자 동료들은 종종 [이야, 이거 오랜만이네.] 라며 괜찮은 반응을 보이고, 여자들도 [대단하네...] 라며 그저 쓴웃음 한 번 짓고 넘어가는 정도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고 있는 비밀이 있다. 너희들이 보고 있는 시답지 않은 것들 뒤에는, 사실 전라에 온갖 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미소녀 피규어들이 숨겨져 있다는 걸 말이지. 아마 아무도 상상치 못할 것이다...
그냥 아무거도 안하고 푹 쉬는거도 한달이면 끝 이더라. 한달이 지나니까 아침 6시에 기상 하는 몸에 밴 습관은 빠지는 군기와 함께 저 멀리 날라 갔지만 대신 무료함과 지루함이라는 괴물이 찾아 오더라. 그때 내 무료한 일상을 구해준 취미가 있었으니 바로 낚시 되시겄다. 처음엔 친구들을 따라 몇번 갔는데 그 때 까지도 낚시에 매력을 못 느꼈었지. 그냥 친구들이랑 어울려 라면 끓여먹고 방해 안 받고 술 마시는게 좋아서 따라 갔던거거든. 그런데 이 낚시란게 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고준희씨 같은 매력이 있더라구. 그 매력에 빠져들다 보니 나중엔 내가 먼저 나서서 선동하는 경지에 이른거야. 흡사, 난 관심 없었는데 친구가 좋다고 하는 여자를 같이 쫓아 다니다 보니 내가 좋아하게 되버린거? 김건모 횽아가 ..
그럼 시작. 저는 자전거로 여행하는걸 좋아합니다. 근데 그 일이 있고나서 자전거여행 할 때는 밤에는 웬만하면 이동을 안해요. 때는 군대 전역하고 자전거 하나를 장만해서 여행을 막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한창 국토종주 열풍(?)이 불 때였죠. 그 열풍에 동참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4박5일 일정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애초에 계획은 4박을 전부 찜질방에서 하는거였습니다. 근데 옥션에서 2만원짜리 텐트 파는걸 보고 계획을 바꿨죠. 돈도 아끼고 꽤나 낭만적일거라 생각해서 목적지에 캠핑장이나 야영장이 있으면 그곳에서 텐트치고 자는 걸로 계획을 바쭸습니다. 그래서 첫날 목적지였던 충주 근처에 야영장을 알아보는데, 때마침 충주 가기 전에 강변 야영장이 있더군요. 거기다 한 블로그를 통해 본 야영장의 모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