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아무거도 안하고 푹 쉬는거도 한달이면 끝 이더라. 한달이 지나니까 아침 6시에 기상 하는 몸에 밴 습관은 빠지는 군기와 함께 저 멀리 날라 갔지만 대신 무료함과 지루함이라는 괴물이 찾아 오더라. 그때 내 무료한 일상을 구해준 취미가 있었으니 바로 낚시 되시겄다. 처음엔 친구들을 따라 몇번 갔는데 그 때 까지도 낚시에 매력을 못 느꼈었지. 그냥 친구들이랑 어울려 라면 끓여먹고 방해 안 받고 술 마시는게 좋아서 따라 갔던거거든. 그런데 이 낚시란게 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고준희씨 같은 매력이 있더라구. 그 매력에 빠져들다 보니 나중엔 내가 먼저 나서서 선동하는 경지에 이른거야. 흡사, 난 관심 없었는데 친구가 좋다고 하는 여자를 같이 쫓아 다니다 보니 내가 좋아하게 되버린거? 김건모 횽아가 ..

그럼 시작. 저는 자전거로 여행하는걸 좋아합니다. 근데 그 일이 있고나서 자전거여행 할 때는 밤에는 웬만하면 이동을 안해요. 때는 군대 전역하고 자전거 하나를 장만해서 여행을 막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한창 국토종주 열풍(?)이 불 때였죠. 그 열풍에 동참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4박5일 일정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애초에 계획은 4박을 전부 찜질방에서 하는거였습니다. 근데 옥션에서 2만원짜리 텐트 파는걸 보고 계획을 바꿨죠. 돈도 아끼고 꽤나 낭만적일거라 생각해서 목적지에 캠핑장이나 야영장이 있으면 그곳에서 텐트치고 자는 걸로 계획을 바쭸습니다. 그래서 첫날 목적지였던 충주 근처에 야영장을 알아보는데, 때마침 충주 가기 전에 강변 야영장이 있더군요. 거기다 한 블로그를 통해 본 야영장의 모습은..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어, 눈이 내릴락 말락 하는 시기였다. 아직 눈이 쌓여있을 때는 아니라 도로는 말끔했다. 하지만 폭포에 가까워짐에 따라 눈은 점차 두께를 더해, 폭포에 도착할 무렵쯤 되니 바퀴자국이 남은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쌓여 있었다. 시간은 밤 12시를 지나고 있었다. 한여름을 넘긴 탓인지, 우리말고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에는 다른 차도 없고, 쌓여있는 눈은 하얀 도화지처럼 자국 하나 없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 우리도 시간이 썩어나는구만.] 친구들과 별 내용도 없는 대화를 나눈다. [여긴 벌써 눈이 왔네.] [뭐, 북쪽 지방이니까 그런 거겠지?] [낮에는 화창했었잖아.] [아까 눈보라라도 친 거 아닐까?] 추측뿐인 대화를 나누며, 주차장을 지나 그대로 심령 스폿인 폭포까지 내려..

특별히 무서운 느낌이 아니고 오히려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처음부터 딸은 그 그림을 무서워했다. 그리곤 가끔 이렇게 칭얼대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그림을 살펴보곤 했지만, 당연히 그림은 움직이지 않았다. 남편이 해외에 오랫동안 출장을 나가 있어 딸애가 외로워서인 것인지 아니면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인지 걱정도 되지만 그 외엔 특별한 이상행동이 없어, 그냥 환경이 바뀐 탓에 잠깐 그런가려니 하고 이해를 해버렸다. 오늘은 오랜만에 남편이 돌아오는 날이다. 이사하고 제대로 된 정리도 하지 못한 상태여서 오늘은 큰맘 먹고 대청소를 하기로 했다. 청소할 동안 딸을 놀이터에서 놀도록 데려다주고 청소를 시작했다. 어린아이를 혼자 두기 불안해서 마침 놀이터에 나와 있던 옆집 총각에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