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에 들어가 자아가 형성될 때 즈음에는 그러한 가정환경 때문일까, 거짓말을 일삼고 핑계가 늘고 매사에 부정적이고 툴툴대는 성격이 되어있었다. 당시엔 이집저집 다니며 참외를 서리한다던가, 닭을 훔쳐먹는 일이 흔하고 다들 제 집 자식같다보니 심하지만 않으면 눈감아 넘기는 일이 흔했는데 한번은 서리가 과해 걸려서 그 논밭 아저씨에게 혼쭐이 났단다. 모두 그 아저씨에게 죄송하다 빌며 엎드려뻗쳐 있는데 그 친구 한놈만 억울하다며 빽빽 그 아재와 맞서 싸웠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가 밤사이에 그 집 참외를 아작을 내놔 범인을 찾겠다는 아저씨를 비웃으며 그 이야기로 한참을 낄낄 거리더란다. 그 후, 멀쩡히 공부를 하던 지인과 그 무리는 그를 점점 멀리 하기 시작했고, 지인이 대학을 다니고 그 동네가 사라질 때..

버스 터미널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목적지까지 향하는데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요일 새벽 2시쯤의 번화가였는데 왜 그렇게 차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조용하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몇 분을 달리다가 드디어 남자친구의 집에 도착했다는 말이 들렸다. 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고, 하차 문쪽에 가까이 앉아 있던 내가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당겼는데 왜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혹시 잠겼나 싶어서 확인을 해봤지만 잠금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몇 번 손잡이를 당겼지만 여전히 열리지 않자 옆에 있던 남자친구가 문 여는 걸 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 그 문은 안에서 안 열려요." 순간적으로 둘 다 멈칫, 하며 앞을 쳐다보자 창문을 스르륵 내려주는 택시 기사. 내가..

대충 소식을 전해듣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곡소리를 내며 우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나서야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알겠더라구요. 손을 덜덜 떨면서 친구들한테 대충 얘기하고 집으로 직행. 패닉상태인 엄마를 겨우 차에 태우고 아빠랑 같이 외가로 출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경상도에 두분만 거주하고 계셨음) 외가에서 멀지않은 대학병원에서 수술중이라는 연락에 병원으로 날아가다시피했는데 도착해보니 수술은 끝나고 회복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옮겨지셨더라구요. 중환자실은 면회가 허락된 시간에만 들어갈수 있기에, 복도에서 우는 이모들을 달래면서 기다리다 본 할머니의 모습은 너무나 처참했어요. 얼굴을 못알아볼정도로 심하게 다치셔서 사람도 못알아보고 호흡기만 낀채 겨우 버티고계셨어요. 그날이 시골에 장이서는 날이라 장도 볼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