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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터미널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목적지까지 향하는데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요일 새벽 2시쯤의 번화가였는데 왜 그렇게 차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조용하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몇 분을 달리다가 드디어 남자친구의 집에 도착했다는 말이 들렸다.
    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고, 
    하차 문쪽에 가까이 앉아 있던 내가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당겼는데 왜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혹시 잠겼나 싶어서 확인을 해봤지만 잠금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몇 번 손잡이를 당겼지만 여전히 열리지 않자 옆에 있던 남자친구가 문 여는 걸 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 그 문은 안에서 안 열려요."

    순간적으로 둘 다 멈칫, 하며 앞을 쳐다보자 창문을 스르륵 내려주는 택시 기사.
    내가 벙쩌있는 상태로 가만히 있으니 남자친구가 창문 밖으로 팔을 뻗어 외부 손잡이로 문을 열었다.
    빠르게 택시에서 내려 남자친구의 차까지 걸어가는 동안 서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혹시나 뒤를 밟을까 무서워, 남자친구의 차에 타서도 한참이나 앉아 있다가 우리 집으로 출발했던 기억이 있다.

    만약에 남자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각자 택시를 탔더라면?

     

     


    하필, 내가 그 택시에 혼자 탔더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택시 기사가 무시하고 목적지를 지나쳤더라면?

    그 이후로 한동안 택시를 타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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