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그 중에서 분대장인 나도 좋아하는 시간이 야외로 나가서 논산 시네마에 가서 영화 관람하는 거였음. 뭐 아무튼 현역 부적합한 병사들을 관리시키는 곳이고 훈련은 안 하고 거의 쉬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상담도 하고 약 필요하거나 치료 필요한 애들은 지구병원이나 큰 병원 외진도 가고 ㅇㅇ 대충 여기 있는 기간은 최소 2주이며, 길면 4주다. 그렇게 지내면서 현역 복무 할 수 있는 교육생(훈련병)들은 다시 복귀시키고 도저히 안 될 거 같은 교육생들은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를 통해 흔히들 말하는 공익(사회복무요원), 면제로 빠지며 사회로 돌아가기도 한다. 아무튼 여기 힐링스쿨에는 행정실, 강의실, 상담실, 화장실, 생활관 5개, 세면장, 샤워장, 교육대장실 이렇게 있다. 생활관에는 각..
4교시후 점심만 먹고 친구들과 발걸음을 맞춰가며 하교길을 하는데 언제나와 같이 그 흉가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주위가 무척 시끄러웠다는거다. 흉가가 있는 골목을 들어서기 전부터 쇠 긁는 소리가 자꾸 귓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동전을 서로 비벼댈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던걸로 기억한다. 다른 친구 두 녀석한테 "오늘 너무 동네가 시끄럽네" 라고 말을 해도 두 녀석은 그런가 보다 하는 얼굴로 쳐다볼 뿐이었다. 친구들은 이 이질적인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보다. '혹시 내 귀가 남들보다 좋은건가?' 하는 생각에 약간 으스 되는 기분도 들었다. 흉가가 있는 골목에 들어서니 저 만치 앞에, 그러니깐 흉가가 자리하고 있을 골목 한복판에 왠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쭈구려 앉아 있는게 보였다. 유..
그런 것들 사이, 문득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엔 소파에 앉아 있는 젊은 시절 아버지와, 웬 백인 여자가 함께 찍혀 있었다. 아버지는 약간 야위어 있고, 당시 유행한 듯한 어중간하게 긴 머리카락 때문에 이상해 보였다. 여자는 약간 턱이 각진 편이었지만, 그래도 미인이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그 사진을 손에 들고 아버지에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버지가 대학교 3학년 때,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방랑할 무렵 사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사람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버지는 뭔가 뒷사정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 나는 혹시 하룻밤 함께 보내기라도 한 것인가 싶어 흥미가 동해 캐물었다. [영 기분이 나쁜 이야기라 말이지.] [뭔데, 뭔데? 무서운 이야기야?] [그게 그러니까...] 아버..
나는 그 그림을 '상냥하게 미소짓는 미녀가 그려진 초상화'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외할아버지와 이야기하다 그 그림 이야기를 꺼냈더니 고개를 갸웃거리시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나 말고 다른 사람 눈에는 '무표정하고 차가운 인상의 미녀가 그려진 초상화'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내 말이 신경쓰이셨는지, 외할아버지는 그 그림을 판 사람에게 연락해 물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별다른 사연은 없고, 그저 평범한 보통 그림이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결국 그 때는 그저 내가 다른 사람하고는 보는 눈이 조금 다르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하지만 엊그제, 외조부모님에게 편지가 왔다. 그림 중 몇개를 친척과 지인에게 나눠주려 하니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가지러 오라는 것이었다. 편지에는 그림 중 몇 개의 사진이 동봉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