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 터미널 입구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목적지까지 향하는데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요일 새벽 2시쯤의 번화가였는데 왜 그렇게 차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조용하다는 생각을 하며 남자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몇 분을 달리다가 드디어 남자친구의 집에 도착했다는 말이 들렸다. 카드를 꺼내 결제를 하고, 하차 문쪽에 가까이 앉아 있던 내가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당겼는데 왜인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혹시 잠겼나 싶어서 확인을 해봤지만 잠금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상태였다. 몇 번 손잡이를 당겼지만 여전히 열리지 않자 옆에 있던 남자친구가 문 여는 걸 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 그 문은 안에서 안 열려요." 순간적으로 둘 다 멈칫, 하며 앞을 쳐다보자 창문을 스르륵 내려주는 택시 기사. 내가..

대충 소식을 전해듣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곡소리를 내며 우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나서야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알겠더라구요. 손을 덜덜 떨면서 친구들한테 대충 얘기하고 집으로 직행. 패닉상태인 엄마를 겨우 차에 태우고 아빠랑 같이 외가로 출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경상도에 두분만 거주하고 계셨음) 외가에서 멀지않은 대학병원에서 수술중이라는 연락에 병원으로 날아가다시피했는데 도착해보니 수술은 끝나고 회복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옮겨지셨더라구요. 중환자실은 면회가 허락된 시간에만 들어갈수 있기에, 복도에서 우는 이모들을 달래면서 기다리다 본 할머니의 모습은 너무나 처참했어요. 얼굴을 못알아볼정도로 심하게 다치셔서 사람도 못알아보고 호흡기만 낀채 겨우 버티고계셨어요. 그날이 시골에 장이서는 날이라 장도 볼겸..

친할머니는 20살에 시집을 오셨는데 할아버지는 그 때 18살이셨대. 그런데 할아버지는 친할머니에게 별로 정이 없으셨나봐. 당시 일본에서 유학 중이셨는데, 키도 훤칠하시고 외모도 호남형이어서 인기가 장난 아니셨대. 귀국한 후에 일본 기생이 한국까지 찾아왔었다고 하니까. 일본 유학 중에 한국에 몇 번 들어왔을 때 우리 아버지를 낳으셨는데, 몇 년 뒤에 아주 귀국한 뒤에도 할머니랑 데면데면하게 지내셨대. 그런데 어느 날 작은 할머니를 데리고 오신거야. 그때 우리 아부지는 6살인가 7살인가 그랬대. 그리고 세 분이서 한 집에서 살기 시작하셨는데, 우리 할머니 쪽으로는 아부지 밖에 없었고 작은 할머니에게서 딸을 셋 얻으셨지. 우리 할머니는 워낙 성격이 조용하시고 소심한 편이셨는데 작은 할머니는 성격도 좋고 애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