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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방비하게 벌거벗은 채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워있는, 무기로 쓸 만한 건 아무 것도 없는 데이비드의 유일한 희망은 그 삐그덕거린 소리가 우연이었다는 것 뿐이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집 구조를 그려봤다. 계단을 통해 유일한 복도로 올라오면 막다른 통로 끝 침실 문이 있다.
    계단은 13단이다.
    네 번째 단이 가장 시끄럽다. 밟을 때 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난다.
    데이비드는 누운 채 얼어붙어서, 감히 근육 하나 움직이거나, 이불을 부스럭거리게 만들어 고요를 깨트리지 못했다. 그는 가슴 속에서 미친듯이 뜀박질하는 심장 소리를 집중해 들었다. 그는 귀가 달아오를 때 까지 숨을 참았다. 이제 적막은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

     


    데이비드는 갑자기 침실 서랍장 위 손목시계 소리를 의식하게 됐다.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는 그의 경직된 상태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실 더 악화시켰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이제 거의 일 분이 되어간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데이비드의 머릿속에서는 여러 생각들이 날뛰었지만, 사실 처음으로 삐걱이는 소리가 난 이후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데이비드의  머릿속으로 의혹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 소리 이후로 일 분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결국 집 상태가 범인이었던 모양이다. 의혹이 든 다음에는, 안심되는 기분이 번져나갔다. 이제 데이비드는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바보같은 생각이야. 누군가 집에 침입하는 일과 시끄럽게 소리나는 집, 뭐가 더 있을 법 하겠어? 무엇보다 요즘 세상에 남의 집에 쳐들어가는 사람이 있기나 한가?

     

     


    하지만 데이비드는 아직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굳은 상태로 있었다. 합리화를 했음에도 그의 직감은 여전히 몸을 부동 상태로 유지했다. 움직임은 그 삐걱이는 계단 위 존재를 현실로 만들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상태로 있을 순 없었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일 분을 더 기다린 후, 이번 만큼은 그의 직감이 틀린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눈을 감고, 불안감이 사라져가는 걸 느꼈다. 다시 피곤한 상태로 돌아가면서, 데이비드는 크게 소리내어 말했다. "조용히 해, 집아."
    그 즉시 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가 빠르게 이어지고, 삐걱이는 소리가 마룻바닥을 달려 침실을 향하는 동안 데이비드는 완전한 공포에 휩싸여 이불을 움켜쥔 채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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