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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일루나도 그런 흔하디 흔한 게임 중의 하나였다.

    캘리포니아 주변에서 잠깐 유통된 텍스트게임.

    텍스트 커맨드를 입력해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형식이었는데.

    게임이 시작하면 이런 문구와 함께 게임이 시작한다.

    - 당신은 어두운 방 안에 있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비춘다.

    - 삽, 밧줄과 함께 구석에 금이 있다.

    - 동쪽에 문이 있다.

    여기에 플레이어가 타이핑을 할 수 있는데. 삽을 줍는다. 동쪽으로 간다. 등의 간단한 문구 커맨드 형태였다.

     

     


    이후 타이핑한 명령에 따라 나오는 문구는 이러했다.

    - 보상을 획득하라.

    - 페일루나가 당신을 향해 웃고 있다.

    - 당신은 숲 속에 있다. 북쪽, 서쪽, 동쪽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

    여기서 방향을 선택해 가는 것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 게임에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었다.

    만약 잘못된 커맨드를 입력하면 게임이 튕겨버리는 것이었다.

    예를들면. 여러 방향 중에 북쪽으로 가는 것만 정답이라 치면.

    나머지 커맨드를 입력하는 순간 게임이 튕겨버리는 것.

    도스시절, 게임이 튕겨 멈춰버리면 컴퓨터를 재부팅해야했고,

    이건 유저들에게 꽤나 스트레스였다.

    게다가 이 버그를 견디며 이야기를 진행해봤자 별다른 스토리라인도 없는

    무의미한 텍스트만 반복될 뿐이었는데.

     

     


    방향 커맨드를 통해 어딘가에 도달하면 다음과 같은 문구의 반복 뿐 게임이 진행되지 않았다.

    - 여기가 아니다.

    (삽을 사용하면)
    - 지금은 아니다.

    (밧줄을 사용하면)
    - 이미 사용했다.

    개빡치는 버그. 단순한 게임성. 무의미한 스토리. 이 모든 것들이 맞물려

    유저들은 게임을 때려치웠고. 페일루나는 그렇게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갔는데...

    그러던 어느날. 이 게임의 엔딩에 도전한 젊은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마이클 네빈스.

    이 할 일 없는 녀석은 끝없는 인내심으로 게임을 탐구해나아갔고.

    마침내 지금까지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문구와 맞닥뜨렸다.

    - 페일루나가 활짝 웃는다.

    - 길이 없다.

    - 페일루나가 활짝 웃는다.

    - 땅이 부드럽다.

    - 페일루나가 활짝 웃는다.

    - 여기다.

     

     


    이 상태에서 커맨드 창이 열리는데.

    마이클은 이 상태에서 다시 피나는 노력을 해 정답이 되는 문구를 발견했다.

    - 땅을 파고, 금을 떨어뜨리고, 구멍을 채운다.

    그러자 축하한다는 문구와 함께 몇 개의 숫자 조합이 나열되고 게임이 끝난다.

    네 개의 숫자 조합이었는데.

    마이클은 이것이 지도 좌표라고 확신하고 조사한 결과 그곳이

    라센 볼카닉 국립공원 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마이클은 게임 속 캐릭터처럼 삽을 챙겨 좌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땅을 파 들어가던 마이클은 어느 순간 기겁하게 된다.

    그곳에는 얼마전 실종되었던 카렌이라는 11살짜리 여자아이의 머리가 묻혀있었던 것이다.

    마이클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마이클의 증언을 토대로 페일루나 게임의 제작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대로된 유통절차도 없이 잠깐 판매되었던 이 아마추어 게임에서 제작자의 흔적을 찾을 순 없었다.

    그리고 카렌의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사체도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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