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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비늘끈 같은 걸 들고, 마치 리듬체조라도 하는 양 몸을 빙빙 돌리고 있었다.
뭐라고 할까, 마치 훌라후프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왠지 모를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것은 한쪽 발로 콩콩 뛰면서 조금씩 이리로 오고 있었다.
개굴개굴, 개구리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는 저녁놀 논.
나는 어째서인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허리를 구불구불 휘저으며, 껑충껑충 뛰어오는데 얼굴이 없었다.
아니, 안 보였다.
마치 사진을 찍었는데 손이 흔들렸을 때처럼, 격렬하게 얼굴을 움직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몸은 평범하게 보이는데, 얼굴만 희미하게 느껴졌다.
나는 눈이 이상한가 싶어 몇번이고 눈을 부릅떠 봤지만, 여전했다.
게다가 이제 눈앞까지 와 있었다.
"아, 나는 이제 이대로 끝이구나."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눈물이 펑펑 나오기 시작했다.
눈이 아파서 뜨고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나는 그 아픔과 공포에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는 우리집 이불 안이었다.
나를 둘러싸듯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와 근처 절 스님이 계셨다.
염불 같은 걸 다같이 소리내 외고 있었다.
어쩐지 그 상황이 거북해, [쿨럭!] 하고 기침소리를 냈다.
할머니는 내 몸을 꾹 누르며 [가만히 있거라.] 하고 낮은 소리로 말하셨다.
결국 그것은 내가 눈을 뜨고 1시간 가량 이어졌다.
그 후,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만난 그것은 "허수아비의 신"이었다고 한다.
그 허수아비는 외로웠던 것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나를 동료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끌려가면 평생 진흙 속에서 살아야만 한단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셨다.
나는 아직도 논에 허수아비가 혼자 서 있는 걸 보면 겁이 난다.
이후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기절한 나를 찾은 건 이웃집 사람이었단다.
논두렁에 사람이 쓰러져 있길래 설마 싶어 가봤더니 내가 눈물을 흘리며 넘어져 있더란다.
그 앞에는 허수아비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고.
이웃집 사람은 큰일이다 싶어 우리 아버지랑 스님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옛날에도 비슷한 사건은 몇건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은 멀쩡했지만, 발견될 당시 눈앞의 허수아비를 바라보며 껄껄껄 웃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면서 허수아비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흉년일 때 마을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을 뽑아 식비를 줄이려 죽여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논을 망치는 짐승을 쫓으려 드는 것이다.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 한쪽을 자르고, 흰옷을 입힌 후 나무에 묶어 논 가운데 세워놓는다.
온몸이 묶여 움직일 수도 없으니, 온몸을 구불구불 휘저으며 벗어나려 애쓰겠지.
마을 사람들은 그걸 멀리서 바라보며, [앞으로 2, 3일은 족히 버티겠구만.] 하고 말했다고 한다.
묶인 사람은 대개 굶어죽지만, 개중에는 곰이나 들개한테 산채로 잡아먹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 짓을 하다보니 재액이 내려, 마을에 온갖 사건이 일어났고, 그리하여 산채로 허수아비가 된 사람을 신으로 모시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라 어디까지 사실일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