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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은 아직 어린데다 누나는 워낙에 쇼핑을 오래 해서 나도 따라가고 싶지가 않았던 터다.

    그렇게 집에서 동생과 둘이 앉아 있는데, 갑자기 동생이 [저기, 형. 어디서 축제 하는 거 아니야?] 라고 물어왔다.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동생의 말을 따라 바깥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축제 음악이랄까, 큰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네!] 라면서 둘이 신나서 밖에 나가보려는데, 가족들이 돌아왔다.

    [이런 늦은 시간에 어딜 가려는 거니, 너희들?]

    엄마의 질문에 동생이 [축제 소리가 들려!]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집안에서도 소리가 들렸는데, 밖에서 안 들렸을리가 없다.



    그런데도 밖에서 들어온 가족 중 누구도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날 열린 축제도 없었고.

    결국 그 상황은 나와 동생이 잘못 들은 걸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나 혼자 집을 보고 있던 때였다.

    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다.



    둥둥둥하고, 북을 울리는 듯한 소리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나는 밖에 나가보기로 했다.

    샌들을 신고 밖으로 나선다.


     

     


    역 근처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듯해, 그 쪽으로 향해볼 생각이었다.

    옆집에서는 할머니가 마당을 쓸고 계셨다.

    우리 옆집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만이 살고 계신다.



    오래 전부터 이 동네에 사신 분들로, 이사온지 얼마 안 된 우리 가족에게 무척 친절하게 대해주신 분들이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걸어가는 내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내 팔을 붙잡으셨다.

    [축제 소리가 들리니?]



    순간 나는 겁에 질렸다.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건가 싶은 생각이었다.

    우선 [네...] 라고 대답하자, 할머니는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가면 안 돼.]

    팔을 붙잡은 힘이 더욱 강해졌다.

    언제나 상냥했던 할머니가 갑자기 그런 모습을 보이니, 나는 너무 무서웠다.



    [이 주변에서 축제는 하지 않아... 절대로. 그러니까... 가면 안 된단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진지하고 엄격한 그 얼굴을 보자 차마 물을 정신도 들지 않았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겨우 할머니는 팔을 놓아주셨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얼굴을 내게 가까이 하고 말하셨다.

    [축제 소리는 들려도 무시해야 해. 다른 사람한테 이야기는 해도 되지만, 축제에 가버리면 안 돼.]



    무척, 무척 진지한 얼굴이었다.

    무섭고도 무서워서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겨우 할머니에게 풀려나 집까지 전력으로 도망쳤다.

    축제에 참가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동생은 그 날 이후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도 계속 축제의 소리가 들려온다.

    할머니 말로는 저 쪽에서 지치면 자연스레 들리지 않게 된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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