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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매일 부모님께 투정이나 부리며 도시생활이 뭔지모르는 촌뜨기들을 무시하며 


    나름 고독하게 지내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불과 2주일도 못되어


    필통부터 범상치않던 저에게 동갑부터 동생형누나 할것없이 쏟아지는 관심에 금세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되었고


    그이후부터는 매일매일이 모험같던 시골생활이었습니다.






    촌마을이다보니 전체마을주민이 몇 가구 안 되는 작은동네이어서 


    동네에는 포장된 도로같은 거는 찾아볼수도 없었고


    우리집 일층이 옆 집의 이층높이가 될 정도로 오르막길 경사도 제멋대로인 촌동네였지만


    시골인심하나는 말그대로 끝내주는 그런 동네였습니다.


    나이를 먹은 지금도 친구들 이름이며 동네어르신 별명, 이름들이 가물가물 떠오르는 것을 보면


    그 당시의 추억은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뭐니뭐니 해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집 옆집에 살고계셨던 호호백발의 마을통칭 '백살 할머니'인 것 같네요.



     

     




    항상 웃고계신 얼굴에 머리는 검은빛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하얀 백발의 머리카락을 매일 곱게 빗으시고


    집앞 대문 옆에 작은 등받이의자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시던 할머니셨는데


    가끔 잔병치레는 하시지만 금세 건강해지셔서 항상 그 의자에 앉아계셨고 


    실제 나이가 백살인지 아니면 그만큼 장수하셔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자글자글한 주름이 한가득 하신 얼굴을 보자면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대단한 작명센스다 라고 할만큼 


    '백살 할머니'란 별명이 잘 어울리시는 할머니셨습니다.






    제 방 창으로 보면 매일아침 동경앞에서 


    참빗으로 곱게 머리를 빗으시는 모습을 정말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볼 수 있었습니다.


    해바라기를 좋아하시는 할머니라 그런지 


    방은 따로 불을 안켜도 낮에는 방이 환해질 정도로 빛이 잘 들어오는 방이라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면 빙그레 웃어주시던 인자한 모습도 자주 뵐 수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 기억에도 기묘한 일이었던 그때의 일은 


    할머니에 대한 제인식을 바꿔버렸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그 웃음은 아직 잊을 수 없습니다.






    여느 날처럼 집에 오자마자 가방부터 던져놓고 


    친구들이 간절히 원하던 상질의 축구공을 들고 뛰어나가던 중 


    이것저것 군것질 거리를 사들고 오시던 어머니와 마주치게 된 저는 


    냉큼 까만 봉지속에서 한 주먹을 집어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좀더 들고 가서 백살 할머니도 갖다드리라고 하다가 


    문득 뭔가가 생각나신듯 걱정스런 말투로 


    요즘 할머니 치아가 안좋아지셔서 이건 못 드시겠다 하시며 


    그냥 부엌으로 주전부리를 들고 들어가셨습니다.






    별로 신경쓰지 않고 해가 떨어질 때까지 공을차고 놀다가 배에서 난 소리에 더욱 허기진 저는


    아쉬워하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집앞에 도착해 갈 때쯤 백살 할머니가 아직도 문앞에 계신 것을 보았지만 


    배고픔에 별달리 신경쓰지않던 


    순간 낮게 깔리는 짐승의 위협소리에 놀라 주춤 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의자에 앉아 계셨고 


    마침 마을이 좁다하고 쏘다니는 슈퍼마켓의 검둥이가 


    할머니 앞에서 이를 들어내고 경계를 하고 있던 모습을 보였습니다.


    검둥이는 잡종똥개지만 나름 똑똑하며 애교가 많은 녀석이라 


    날카로운 송곳니를 번뜩이는 낯선 모습에 저는 무척이나 놀랐지만 


    이상하게도 할머니는 웃으며 허리를 굽히며 검둥이에게 손짓을 하고 계셨습니다.






    순간 뭘 할 겨를도 없이 검둥이는 할머니의 손에 날카로운 상처를 남겼고


    그 모습에 제 놈도 놀란 것인지 


    꽁지가 빠지게 도망쳐 버린 후 남겨진 저는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할머니의 하얀손에서 흐르던 피만 눈에 들어왔던터라 뒤늦게 나타나신 어른들께 






    "검둥이......검둥이......" 






    만 되뇌었고 저의 결정적 증언으로 2~3일 뒤 검둥이는 


    마을 어른들에게 뒷산으로 끌려가는 뒷모습만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너무도 놀란 것도 순간이었고 검둥이가 사라진 것도 며칠이 지나자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게 되어


    저는 평소와 마찬가지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공을 차거나 마을뒷산을 모험하고 


    어머니가 사온 주전부리를 백살 할머니와 친구들과 나눠먹는 그런 생활 말이죠.






    점차 날씨도 싸늘해지며 축구가 아닌 다른 놀이거리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어머니는 차가운 시골공기에 놀라셨는지 크게 앓아누우셨고


    외아들인 저는 날도 추워졌겠다 어머니 간병을 자처하며 뒹굴거리기 일쑤였습니다.


    유례없이 갑자기 추웠던 날인지라 항상 열려있던 백살 할머니 창문도 닫혀있었고


    거친 기침소리도 들렸던 것으로 보아 할머니께서도 이번 감기를 그냥 넘기진 못하셨구나 여겼습니다.



     

     




    그런 매일매일이 지나던 중 


    그 당시 제가 최고로 좋아하던 삼촌이 서울에서 한아름 선물과 과자를 사오셨을 때는 


    깜짝선물이라도 받은 것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삼촌손을 질질 끌고 친구들에게 삼촌이 끌고온 자가용을 


    내것인 것 마냥 뽐내며 우쭐댈 수 있는 그날은


    친구들에게 저는 영웅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저의 인기를 확인하고 마을어귀에 주차 후 


    삼촌에게 신나서 자랑을 하며 집으로 가던 중


    대문앞에 쓰러져계신 백살 할머니를 발견했고 


    삼촌은 한걸음에 달려가 할머니를 부축을 했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답답하여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잠시 어지러워 넘어지셨다고 


    이제는 괜찮다고 하시며 하얀손으로 삼촌손을 꼬옥 잡고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왜. 


    할머니의 하얀손이 무언가 섬찟하다고 느꼈는지 그때는 몰랐지만


    그냥 두려워 외삼촌 바짓가랑이만 붙잡고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서울로 올라가던 외삼촌의 차가 트럭과 정면충돌하여 폐가 손상되어 그후 오랫동안 병원신세를 졌고.


    유난히 추웠던 그때 추위가 가기도 전인 어느샌가 할머니는 평소처럼 해바라기를 하고 계셨던 것을 본 순간 


    그때 느낀 두려움은 제 착각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묘하게도 백살 할머니가 두려워진 저는 


    어느날부터인가 할머니집 대문앞을 지나는 것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집에 가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곳이었던지라 


    저 나름대로 궁리를 한 끝에 할머니의 해바라기가 끝난 후 




    즉 밤이 되면 들어가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서울이었다면 부모님께서 펄쩍 뛰실만큼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심심하면 친구집에서도 자고 동네에서 서울에서 이사온 저희가족을 모르는 분도 없었기에


    어머니의 약간은 걱정이 섞인 한숨소리를 듣는 거 말고는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겨울에는 해가 일찍 떨어져 그나마 괜찮았지만 


    여름이 오자 비록 해질 무렵이지만 친구들을 붙잡고 있기가 점점 어려워진 것입니다.


    별 수 없이 저의 축구공과 장난감, 동화책과 약간의 만화책으로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지만


    친구라고 해봤자 몇 명 되지않는 동네에서는 별 수 없이 시들해져 


    언제부터인가 해질녁 학교 운동장에 저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려움과 심심함에서 선택을 해야한다면 심심함을 선택하는게 당연할만큼 


    힘없고 약한 존재였기에 혼자라도 꿋꿋히 해질 때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항상 정정하시고 오래 사시는 백살 할머니의 그 기묘한 건강함마저


    저에게는 종이가 물을 빨아들이듯 서서히 잠기게되는 무서움......공포였으니


    이제는 더이상 할머니가 인자하게만 보이지는 않았더랬지요.


     

     

     





    그러던 어느날과 마찬가지로 해가 진것을 확인하고 


    조금은 안심하며 집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몇 없는 가로등 불빛에 게슴츠레 눈을 뜨며 멀리서 할머니가 없음을 확인하고 


    잘못한 게 없음에도 혹시나 들킬까 두려워 살금살금 집쪽으로 다가갔습니다


    할머니의 집에 가까워질 무렵부터 묘하게 긴장이 되고 


    가슴은 누구에게 들릴 것처럼 두근대기 시작했습니다.






    덜컥!






    문이 열리며 할머니가 잡으러 올까봐 


    긴장감에 속옷마져 축축해질 정도로 긴장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겨우겨우 어떻게 지나쳤는지도 몰랐지만 


    체감상 엄청나게 긴 시간이 지났던 걸로 기억할만큼 정신이 없던 와중


    할머니집앞 대문을 지나고 세 걸음 정도 더 간 뒤에야 


    저도 모르게 나온 안도의 한숨에 누가 들었을까봐 허겁지겁 입을막으려는 순간.






    철퍼덕!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뒤에서 말이죠.


    너무도 놀랐지만 소리도 안나오고 


    미친듯이 쏟아지는 식은땀을 느끼며 천천히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런 제 눈앞에는 대문앞에서 넘어져 부들부들 떨고 계신 백살할머니가 보였고


    저는 제발 이 상황이 꿈이길 빌고 또 빌었습니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는 할머니의 무릎에는 


    넘어진 것치고는 조금 크다고 할만한 상처에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때문인지 일어나진 못하시고 옆으로 앉은 자세로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마음속으로 '제발......제발......' 하고 


    정말 딱 한 가지만 하지말아줬으면 하고 간절히 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상황은 


    저를 노리고 벌어진 것처럼 제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예의...... 그 하얀손을 저에게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의 하얀손을 보는 순간 제 머리속도 하얗게 변해버렸고


    더이상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한 저는 미친듯이 소리치며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울면서 뛰어들어오는 저에게 놀란 부모님은 


    자초지종도 묻지않으시고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셨고 


    혹시나 부모님께서 할머니를 만날까봐 


    백살할머니의 그 하얀손을 잡을까봐 


    너무도 두려웠던 저는 현관문고리를 움켜쥐고 주저앉아 


    정말이지 딸꾹질이 날 정도로 한참 동안 울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울음이 그친 이후에 저를 앉히고 이것저것 물어보셨지만


    전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고 


    답답하셨던 부모님께서는 밤늦게 돌아다닌 저의 잘못이라며


    저녁밥도 주지않으시고 앞으로는 해지기 전에 다니라고 크게 화를 내셨습니다.


    그러나 그 혼나는 와중에도 해지기 전에 와야한다는 그 말에 


    전 더욱 크게 울어버렸고 영문을 모르는 부모님은 그냥 답답해만 하셨지요. 






    다음날 아침 평소처럼 할머니가 나왔는지 보기 위해 창밖을 본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 당시에는 눈치를 채지 못하였고 


    할머니가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 미친듯이 뛰어 학교로 갔습니다.


    그러나 수업내용이며 친구들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고 


    오직 학교가 끝나지 않기만을 기도했지요.


     

     





    그렇게 학교가 끝나고......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가야만 했던 저는 정말이지 죽고만 싶었습니다.


    정말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그냥 멍해져버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집에 와있었습니다.






    '잠깐 그럼 백살할머니는??'






    멍했던 기억을 더듬어봐도 집앞에는 할머니의 그림자도 보이지않았었지요.


    영문을 알 수 없던 저는 살그머니 제 방 창문으로 할머니 방을 엿볼 생각을 했습니다.


    조심스레 제 방으로 가 창밑까지 기어가서 빼꼼 고개를 들어 백살 할머니의 창을 본 순간


    아침에 느꼈던 이상한 점을 눈치챘습니다.






    너무 어두웠습니다. 너무너무 말이지요.


    원래 그 방은 그리 어두운 방이 아니었고 


    오히려 밝은방이었는데 지나치게 어두웠습니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으면서 그


     한 뼘 정도 열린 창안을 그 어둠을 계속 지켜보는 도중






    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마주쳤다!



    분명히 눈이 마주쳤습니다. 확실합니다. 


    눈동자도 아주 작은 빛도 보이지않지만.


    그 어둠속에 누군가......


    아마도 할머니겠지만 분명히 저를 보고있습니다.






    정말 사납게 쏘아보고있음을 눈치챌 정도로 


    아니 왜 저걸 몰랐을까 싶을 정도 확실하게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너무 무서워 더이상 쳐다볼 마음이 들지않아 얼른 창문을 닫고 바닥에 엎드렸습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무서웠지만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어렸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고작 창문을 닫아놓고 신경을 안 쓰려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 며칠간 그런 생활이 반복되었고 


    다행이라면 다행스럽게도 할머니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 조금 열린 할머니의 창으로부터 


    누군가가 저를 보고있단 느낌은 지워지지않았습니다.


    그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어서 


    그 당시의 저는 어머니의 말씀대로면 말 그대로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방에 있는. 집에 있는 시간 자체 마저 두려움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너무도 무섭기에 아예 창문이 열리지 않도록 


    제 방 창틀에 못질까지 홀로 하였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그 두려움을 더이상 참지 못할 정도로 커져 이제는 안 되겠다. 


    정말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날밤.


    묘한 소음에 눈이 떠졌습니다. 


    너무너무 예민하여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잔터라 


    언제 잠들었는지도 가물가물한 그때.






    덜컥덜컥!






    창문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창문쪽으로 다가가고 말았지요.






    창문은 제가 못을 박아놓았던 곳까지 


    약 손가락 1마디 정도로 열려있었고


    그밖에는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덜커덕 얼어버린 저를 눈치채자마자






    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덜컥!






    할머니는 창문을 흔들어 대었고 


    그 작은 틈새로 그 하얀 손가락을 미친 듯이 집어넣으려 하였습니다.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두 눈에는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서운 감정이 가득하여


    창문에 매달려 그 작은 틈새로 


    어떻게든 손가락을 쑤셔넣으려는 할머니를 보며


    저는 그만 기절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아침해가 창틈으로 들어오는 걸 느끼고 잠에서 깨어 


    갑자기 치밀어오르는 구토감에 화장실에 달려가 


    먹지도 않아 나오지도 않는 것들을 토하려 해썼고


    간밤에 더욱 헬쓱해지고 아침부터 토하던 저를 본 어머니께서는 학교에 가지말고 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쉴 수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살 수 없단 걸 그 어린 나이로도 알고 있었습니다.


    제 방에서 쉬는 척을 하던 중 


    어머니가 나가는 문소릴 듣고 속으로 100까지 센 다음 조심스레 집밖으로 나왔습니다.






    뭐에 홀린듯 저는 백살 할머니의 방 창문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어두컴컴한 그 방은 


    제가 창문앞에서 보아도 그 속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득 묘하게 아무 시선도 느껴지지않음을 느낀 순간.






    턱.






    창밖으로 하얀손이 나왔습니다. 


    한 뼘 남짓한 그 창문 틈새로 


    그 하얀손이 나왔을 때 정말이지 기절할 것만 같았습니다 


    핏줄과 힘줄까지 보일 정도로 하얀 그 손은 


    제가 알던 백살할머니의 손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깡 말랐으며 투명하다고 느낄 정도로 하얀손이었습니다.


    잡아달라고 하는 것처럼 저를 향해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그 하얀손이 창틀에 걸쳐지는 순간 


    저는 정신병자처럼 소리를 질러댔고


    그 소리에 놀라 동네어른들이 모인 것은 순간이었고 


    그 이후에는 병원에서 눈을 뜬 걸로 기억합니다.


    옆에 앉아계셨던 어머니는 제가 깨어나자마자 정말 펑펑 우셨고 


    저도 엄마품에 안겨 펑펑 울었습니다.






    나중에 듣게 된 얘기로 


    방안에서 발견된 할머니는 돌아가신지 얼마되지는 않아보이셨지만 


    이상할 정도로 깡마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양무릎에는 큰 상처가 있었고 


    그 아래만 묘하게 살이 썩어 있었다고 하네요.






    저는 지금도 가끔 백살할머니의 하얀손이 생각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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