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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이야기

     

    때는 바야흐로 내가 대학 복학 후

    학교앞이 아닌 지하철로 2정거장 떨어진 원룸촌에서 자취할 때 가위를 눌린 썰을 풀겠다.

    군대를 전역하고 한창 혈기왕성하고 체력이 남아돌아 몇일을 밤새고 셤 공부해도 지치지 않던 나는

    주말핑계로 동기와 후배들과 거나하게 술을 한 잔 마시고 친구집에서 하룻밤 신세지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서 침대가 아닌 침대 밑에서 TV를 켜둔채 잠이 들었다. 그때 분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TV에서 무한도전이 방영되고 있었다.

    아무튼, 나는 잠이 들었고 어느순간 깨어났다. 아니 깨어난 듯 깨어나지 않은 깨어난 나였다.

    정신이 들었던 나는 TV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끼고 TV를 끄기위해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온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고, 몸을 움직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나는 조금씩 팔을 움직일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한창동안 내 몸과 씨름하던 나는 이윽고 몸을 일으키려 노력하고 있는데 그때였다.  

    내 머리맡에서 무언가 소곤소곤 거리는게 느껴졌다. 분명 집에는 나 혼자있었는데 두 사람이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순간 도둑인 줄 알고 급하게 몸을 움직이려던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서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질 수 밖에 없었다.

    " 어라? "
    " 왜? "
    " 쟤 움직이려고 하는데? "
    " 그러네 .. "

    분명 어린 학생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잠시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다.

    나도 그리고 그들도 아무런 움직임조차 느끼지 못할정도로 고요한 원룸안에 나지막이 들려오는 TV소리만이 방 안을 맴돌았다.

    그러던 그때,

    갑자기 머리 옆에서 귓속말로 장난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왜? 움직이고 싶어?"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났다. 진짜 미친듯이 움직여서 몸을 일으킨 나는 세상이 뒤집어진듯 심한 어지러움에 몸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못해

    휘청휘청 거렸지만 어쨋든 그들이 있는곳으로 몸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어지러움증 때문에 그들이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현관문쪽에서 두 개의 형체가 나를 쪼그리고 앉아서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나는 굉장히 분노했다. 살아오면서 누군가 나를 강제한 적은 군대 이후로 처음이었고 그 더러운기분이 떠올라 그들에게 달려가 말그대로

    드롭킥을 시전 했다.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최선책의 공격이었고 그 것은 적중했다. 그들이 놀라며 도망을 친 것이다.

    그런데 도망을 친 곳이 이상했다. 도망을 가려면 다시 현관문을 열고 나가야 하는데 베란다로 도망을 친 것이다.

    그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되자 거짓말 처럼 내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싸 했던 내 몸이 피가 원할하게 흐르는 느낌을 받는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좀 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이미 내몸의 자유는 되찾았지만 이번에는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분명 현관문에 드롭킥을 시전하고 거기 넘어 져 있었는데, 막상 눈을 떠 보니 침대 밑 처음 내가 잠을 청한 곳이었던 것이다.

     

     


    이게 꿈일까? 아니었다. 내가 몸을 한참 움직이려 노력할 때 어렴풋이 들려오던 TV소리가 똑같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소리가 바로 잠들기전 보던 무한도전이었고 그 프로그램이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마음을 추스른 나는 소름에 의해 자꾸만 돋아나는 닭살을 뒤로한 채 무의식적으로 베란다 쪽을 쳐다보았다.

    어두워져 가는 개와 늑대의 시간속에서 열려있는 베란다창문을 보며 그 날의 소름끼치는 첫 가위를 경험했다.


    그들은 떠나지 않았다. 단지 내 기가 다시 약해졌을 때.. 그때 나타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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