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첫번째 이야기

     

    저는 군생활을 인천공항 경찰대에서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통합 국제공항이고, 동북아의 허브라고도 하는 인천공항은

    아시다시피 24시간 운영되고 있어서, 저희같은 전투경찰들의 순찰도 24시간 이뤄지죠.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낮에는 사람이 수만명 오고가는 인천공항도 밤에는 아주 한산하답니다.

    길이 1.3킬로미터의 지상 지하 도합 5층짜리 건물이(물론 4층은 아주 소규모지만)

    반쯤 조명을 내린채 텅비어 있으면, 그 공허함과 적막함은 이루 말할수가 없지요.

    제가 지금부터 해드리려는 얘기는 저와 같은 전투경찰들과 공항내 특수경비업체원들처럼

    새벽과 한밤에도 공항에 있어야만 했던 사람들만이 아는 이야기입니다.




    인천공항에서는 사람이 많이 죽어요.

    의아한 일이죠? 인천공항에서는 비행기 추락이 없었는데도 말이죠.

    그 이유는 바로 인천 공항이 아주 외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공항 건축이후 조성된 공항신도시도 공항에서 20여분 거리에 있고, 그 외에는 공항 운영을

    위해 필요한 업무청사, 화물청사 지대, 그리고 하얏트 호텔... 이것 외에는 공항 주변은 황무지와

    골프장 뿐입니다. 제대로된 종합병원은 부천쪽까지 빠져나가야 있는 순천향 병원 뿐이죠.

    공항 내에 있는 인하대병원 부속 의료센터는 응급처치를 위한 시설로 심각한 환자(..가 아니라

    심하게 찢어지거나 해서 꿰매려고만 해도...)를 수용할 수 없는 미약한 시설입니다.

    에어시티인가 뭐시긴가 드라마에서는 이정재가 거기 입원까지 하더군요-_-;; 하지만 이정재가 실린

    들것이 들어가던 장소는 사실 막힌 벽입니다;; 그런 공간이 없어요.

     

     




    아 잡설이 들어갔군요.

    그 정도 수준의 의료센터밖에 갖추지 못한데다가 공항까지 이르는 길이 고속도로이다 보니, 교통사고

    환자가 종종 들어오곤 합니다. 그 중 중환자들은 대부분 의료센터에서 손도 못대보고 사망하곤 합니다.

    사실상 이송할 시간이 없는거죠. 그래서 야밤에 공항 지하에서 곡소리라도 들릴라치면 임직원들과

    저희같은 경찰들은 근무시간 내내 소름이 돋곤 하죠.

     

     

     





    제가 이러한 실정에 대해 알게된것은 입대후 반년이상 지나서였습니다. 그이전엔 아무 관심조차

    없었지요. 이 일은 제가 공항 상주 타격대로 들어가게 되면서 알게된 이야기입니다.

    우리 타격대 대기실은 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교통센터 지하에 마련되어 있었고, 그곳과 터미널은

    지하에 자동보도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터미널쪽 자동보도 입구에는 화장실이 있었는데,

    바로 그 옆이 인하대부속 의료센터였지요.

    철야를 해야했던 우리들은 화장실을 이용하고자 하면 교통센터내의 화장실을 이용하는것을 선호했지만,

    새벽시간, 아주머니들이 입구를 막아두시고 교대로 청소하실때는 별 수 없이 터미널쪽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그날도 고참과 함께 화장실에 가던 저는 교통센터 화장실이 막힌것을

    알고 건너편으로 자동보도를 타고 건너갔지요. 그리고 무심코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고참이 기겁을

    하면서 저를 잡았습니다. 밤에는 그 화장실에 가지 말라고요. 이상한 일이죠?

     

     

     


    하지만 이유를 모르면서도 왠지 저는 고참말에 수긍하고 있었습니다. 공항 이용하시는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똑같은 화장실 시설인데도, 인하대병원 화장실은 대낮에도 다른 화장실보다 훨씬 축축하고

    음산한 느낌이 든다는 점을요. 사실 뜯어놓고보면 조명이며 뭐며 아무 차이도 없는데도..

    아무튼 바로 옆쪽 화장실 역시 청소중인 덕에, 우리는 한참을 걸어 반대편 서편 화장실까지

    가야 했습니다.



    돌아오는길 역시 멀었기에 저는 고참에게 왜 그렇게 그 화장실을 피하는지 물어봤습니다.

    고참은 짧게 "귀신" 이라고 말한뒤, 자기는 다른건 몰라도 귀신얘기 이런건 소름돋아서 싫다면서

    걸음만을 재촉했지요. 결국 그 고참에게는 별다른 얘기를 더 들을 수 없었습니다.



    첫번째로 귀신 얘기를 듣게 된 것은 그 다음달, 즉 우리가 타격대에서 빠져서 일반 청사근무로

    넘어왔을때입니다. 새벽 2~5시 타임으로 기억하는데, 제가 터미널 지하1층 동편, 즉 인하대 의료센터가

    있는 쪽의 근무지를 순찰하게 되었지요. 그때 같이 근무서던 고참이 해준 이야기입니다.

    이건 너무 여럿이 겪어서 달리 얘기할것도 없는 내용이라면서요..

    하루 서너시간밖에 취침할 틈이 없는 공항경찰대 특성상, 짬밥이 되는 전경대원들은 야간 근무때

    화장실에 숨어서 토막잠을 청하곤 했습니다. 화장실 안에서는 무전기마저 먹통이 되었기에

    후임은 화장실 입구에서 쉬면서 무전을 듣곤했죠. (착한 고참은 번갈아 쉬기도 합니다)

    그날도 한명의 대원이 화장실칸에 들어가서(이런말 하면 더럽지만, 공항 화장실은 요구르트향 방향제와

    꺠끗한 실내덕분에 잠을 좀 잘만합니다-_-;;;;;;;;;;;; 간혹 전경과 특수경비 중 괴짜들은 넓직한 장애인

    화장실에서 드러누워 자기까지해요ㅡㅡ 최소한의 존엄성도 버리고 군생활합니다 허허) 허락되지 않은 휴

    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그러더니 자기가 들어가있는 칸에서 발소리가 턱하니

    멈추는거죠. 혹시나 순시나온 간부에게 걸렸나싶어 심장이 오그라드는데, 밖에서는 아무말도 없습니다.

     

     

     


    대원은 대변을 보느라 들어가 있었던척 물을 내리고 옷을 추스리는 소리를 낸뒤 빼꼼 내다보는데 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이가 없는 대원은 입구를 지키던 후임에게 묻죠. 누가 들어왔었냐고, 후임은

    그런일 없다고 합니다. 대원은 갸우뚱하면서 피곤해서 잘못들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처음 한번은 말이죠.................



    이런일을 몇번 겪고도 후임을 의심하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후임은 억울할 뿐이죠. 실제로

    누구도 들어가지 않았으니까요. 괜한 꼬장이라고 고참을 원망합니다. 하지만 그 후임도 좋은 고참 만나서

    운좋게 쉬게되는 날이 왔을때 깨닫습니다. 그 고참이 거짓말 한게 아니라는것을...




    이 발소리 귀신은 너도나도 겪다보니 대부분의 대원들이 밤에는 그 화장실을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기분도 안좋은 곳입니다. 대낮에도 다른 화장실에 비해 그화장실만 그렇게 음침한게 납득이

    안되는 것이죠. 다들 사람죽는 병원 옆 화장실이라 그런것이라고 수근거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아예 그화장실을 가지 않을 수 없는게, 순시는 늘 지하 중앙에서 이루어졌고

    지하 동편에는 그 화장실을 제외하면 동편 맨 끝의 아주 먼 화장실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순시가 나왔는데 서둘러서 도달하지 못하면 근무태만으로 오해받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중앙 바로 옆의 화장실은 간이화장실로, 무전 안터지기로 유명한 곳이라 역시 순시받기에 위험했지요.

     

     

     


    다들 울며겨자먹기로 그화장실을 이용하던지 참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옆근무지 근무자가 고참이 아니면 남의 근무지 화장실도 가곤했죠

    무슨일이 있어도 밤에는 그곳에 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대원들이 밤에 그 화장실을 피하다보니까 귀신이 조바심이 났을까요?

    이제 낮에도 일이 터집니다..

    어느날 제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을 때 입니다.

    분명 옆쪽 세면대에서 누군가 거울을 보고 있었지요.

    잠시 앞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제가 지퍼를 올리고 돌아섰을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함께 있던 후임은 누구도 없었노라고 장담합니다.





    대원 A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가던 도중 기이한 광경을 봅니다.

    공항 화장실의 대리석?(아무튼 번쩍이돌) 벽에 사람이 비추어진 모습이죠.

    특이하다면 그사람은 머리만 떠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벽앞에는 누구도 서있지 않았습니다.

     

     

     

     




    대원 B가 그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고 있을때 누군가 뚜벅거리며 걸어와서 문짝을 서너번 흔들었고,

    당시 신병이었던 후임이 그랬을리 없다고 생각한 대원B는 옆근무지의 동기가 장난쳤다고 오해해

    다툼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후일 수차례 물어봐도 입구에 서있던 신병은 그 누구도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고 말할 뿐이었죠.




    좀 얘기가 싱거워졌죠?

    이정도면 저는 이글 쓰기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상경 즉 육군으로 보자면 상병이 막 꺾였을때 후임과 겪은 일입니다.

    당시 저와 한달차이나는, 친한 후임과 근무를 서고 있던 저는 졸리기도 졸리거니와

    후임이 꾸벅거리며 조는 모습이 안쓰러워 위층 편의점에서 몰래 소시지를 사다가

    화장실에 숨어서 먹으면서 서로 격려해주고 있었습니다. (잠못자는게 생각보다 힘듭니다.

    제 최고기록이 7주동안에 12킬로가 빠졌어요ㅡㅡ)

    그때는 한창 기가 살아있을때라서 옛날에는 슬슬 피하던 화장실에서 소시지까지 짱박혀 먹고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배가 부르니 눈꺼풀에 추를 매단듯 졸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 근무지는 도저히 잘 수가 없는 곳이었고, 전전 긍긍하던 우리는 결국 귀신이고

    나발이고 당장 우리가 죽겠다며 화장실 칸안으로 나란히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변기에 거꾸로 앉아서

    변기 뒤 턱에 엎드려(..책상에서 자듯이)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위에 눌렸습니다.

    피곤할데로 피곤한 상태니까 가위에 눌려도 이상하지 않았죠

    하지만 가위에 눌린상태에서 사람목소리가 들린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제 귓가에 "오자..." "오자..." "오자...."

    라고 어르고 달래는 듯한, 그러면서도 아주 간사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너무도 두려웠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후임을 불렀습니다. "철수(가명)야...철수야아...."

    그러자 옆칸에서 평소처럼 아주 낭랑한(락밴드 보컬출신이라 관등성명이 특이했습니다ㅡㅡ맑고 곱다고할까)

    관등성명 소리가 들리더니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잠시 저를 살피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 느꼈는지 제 옆구리를 흔들어(일반적으론 어깨를 흔들죠-_-) 저를 깨우더군요.

    몸을 일으킨 저는 늘 가위에 눌렸다가 풀리고 나면 그렇듯, 순식간에 공포감은 잦아들고 다시 졸음이

    쏟아지더군요. 가위에 눌렸다는 말도 쪽팔려서 하지못하고 다시 엎드리면서 저는, "그래 부르면 바로

    꺨 수 있어야지 잘했다" 라며 말도안되는 칭찬을 하면서 잠이들었고, 정말 엎드리고 30초가 안지나서

    가위에 다시 눌렸습니다. 미칠 노릇인거죠.

    다시 귓가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오자.." "오자..." "친구도... 같이.. 오자...."

    이제보니 이 "오자" 란 소리가 즉 "이리오라" "가자" 이런뜻인것 같더군요.

     

     

     


    이번에는 친구도 같이 가자는 얘기인듯 했습니다.

    이해가된 순간 소름이 더욱 쫙 돋으면서 저때문에 후임까지 무슨일이 생길까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후임을 불렀죠.

    그러자 후임은 이번에는 두말없이 문을 열고 저를 끌어내려는듯

    제 허리를 꽉움켜쥐고 뒤로 당겼고, 가위가 풀린 저는 화장실턱 모서리를 잡고 살짝 버틴후

    몸을 꼿꼿히 하고 제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정말 쓸데없는 존심이죠)




    저는 정말 멍청하게도 다시 잠이 쏟아지자, 설마 또이러겠냐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고 그결과 곧장 다시 가위에 눌려서 괴목소리에 시달리다 세번째로 후임의 도움을 받고서야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괴로워 보였는지, 후임이 저를 변기칸에서 끌어내려고

    막 당기는 통에 뒤로 넘어질뻔할 정도였죠.


    후임이 제 화장실칸에서 나간뒤 바로앉아 잠시 정신을 추스려보니

    거기 더있는건 미친짓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려죽더라도 그냥 벽에 기대서 졸면 졸았지

    더는 안되겠다해서 벌떡일어나 문을 향해 돌아섰습니다.



     

     



    아 세상에.. 신이 있다면 저한테 그런 경험을 시켜선 안됐습니다.

    제가 마주한 곳에는 굳게잠긴 화장실문이 있었고, 당연하게도 처음 제가 이곳에 들어올때

     

     

     


    문고리를 잠궜다는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죠.

    그럼 제가 가위에 눌릴때마다 저에게 와서 제 허리춤을 잡아서 뒤로 이끌던 건 대체 누구였다는 것인가요.




    저는 모자도 챙기지못하고 뛰쳐나왔습니다.

    화장실 입구 건너에 후임이 수척한 얼굴로 서있다가 다가오더군요

    후임왈 화장실 칸에 들어가서 잠을 청하고 얼마안돼서 가위에 눌렸는데

    "여기서..." "여기에...." "여기...." 이따위 소리가 자꾸 소근대듯이 들려와서

    처음엔 제가 잠꼬대하는 줄 알았다가 아무리 잠꼬대여도 너무 목소리가 다르고

    기분이 나쁘고 무서워서 나왔다고 합니다. 저는 너무 곤히 자는것 같아서 깨울수가 없었다면서요.




    그리고 우리 두사람이 들은 그 목소리는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성인남자의, 하지만 조금 간사하고 어르고 달래는 듯한 목소리.. 그리고 느릿느릿하고 느끼한 말투...





    저는 전역할때까지 그 화장실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인하대 의료센터에서 곡소리라도 나는 날에는 지하 중앙홀에서 동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

    조차 힘들었습니다.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글실력이 모자라서 당시 제 느낌을 제대로 옮기질 못해서

    재미가 덜한듯 해요ㅡ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