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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놀랐지만 그래도 연애감정은 들지 않아서 그저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랬더니 소꿉친구는 평소처럼 "역시 틀렸나."라고 웃었다. 그리고 적어도 이번 주 휴일에 데이트 한 번만 해달라고 부탁해 왔다.



    아무리 소꿉친구가 가족 같은 애라고 해도 내겐 이미 사귀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다른 여자랑 데이트라니... 하지만 역시 죄책감이 들었기에 나는 받아들였다.



    당일.



    약속대로 우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데이트를 했다. 데이트 계획은 그녀가 세웠다. 달달한 분위기는 없었지만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돌아가는 길.



    도중에 소꿉친구가 걸음을 멈추었다.

     

     

     




    "오늘 내 부탁을 들어주어서 고마워. 무척 즐거웠어. 이걸로 미련 없이 새로운 사랑을 찾자고 마음먹었는데...역시 안 되겠어. 나 역시 네가 좋아. 계속 함께 있고 싶어."



    2번째 고백.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한 번 더 미안하다고 말하려던 그때 여태껏 경험해본 적 없는 충격이 나를 덮쳤다.



    내게 부딪쳐온 그녀가 중얼거렸다.



    "너랑 죽을 때까지 함께 있고 싶어. 떨어지고 싶지 않아. 떨어지지 않을 거야."



    그 목소리가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계속 울렸다.







    그로부터 2년.



    재활을 끝내고 겨우 나는 복학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지만 아마도 더 이상 평범한 인생은 보낼 수 없을 것이다.



    의식이 돌아온 건 데이트를 한 날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소꿉친구가 내 심장을 찔렀다고 한다. 몇 밀리만 더 어긋났으면 즉사였던 모양이다. 게다가 즉사는 면했지만 내 심장은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다행히도 기증자는 금방 나왔다. 나를 찌른 후 이번에는 스스로 자기 간을 찌른 소꿉친구가 심장 이식 기증 카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인명을 우선시해서 당장 나는 소꿉친구의 심장을 제공받고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전부 그녀가 꾸민 거라는 걸 깨달았다.

     

     



    옛날부터 머리가 좋았던 소꿉친구. 언제부터인가 의사를 지망하겠다고 말을 꺼낸 소꿉친구. 아직 입학도 안 했는데 이것저것 공부해서 의학적 지식을 쌓은 소꿉친구. 수험이 끝난 직후부터 혹시 모르니까 습관을 들이라며 내게 검진을 받으라고 권하던 소꿉친구.



    어디를 어떻게 찌르면 즉사하지 않는가. 심장 이식이 필요한 상태가 되는가. 이식하는 쪽과 받는 쪽의 상성은 좋은가.



    그런 걸 전부 계산하고 내게 차였을 때부터 그 애는 이 결말을 머릿속으로 그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실행했다.



    혹시 성공하지 않았다면? 그때는 나를 아무한테도 넘기지 않고 같이 죽을 수 있으니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왼쪽 가슴에 손을 대었다. 찔렸을 때 상처와 수술 자국 안쪽에서 고동이 울린다.



    이걸로 떨어질 수 없다. 계속 함께. 죽을 때까지 함께.



    눈을 뜬 이후 내게 계속 들리는 심장 소리. 심장이 멈추는 그 날까지 나는 그녀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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